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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수리남’, 국정원 실제 작전명은 ‘블롬메스테인’

by [그레인]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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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행, 10억대 사기후 수리남 도주… 남미 조직과 손잡고 ‘마약왕’ 암약
국정원, 국내 반입 첩보에 검거 돌입… 민간인 K씨 협조로 2년 비밀작전
조, 2009년 체포-2016년 수감중 숨져…“위험 무릅쓴 해외요원 지원 강화를”

 

 

‘블롬메스테인.’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독립국인 수리남의 유명 호수 이름이다. 국가정보원은 이 호수명으로 작전명을 지었다. 일반인 K 씨의 도움을 받아 수행된 ‘블롬메스테인’ 작전은 무려 2년간 이어졌다.

최근 주목받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바로 이 실제 작전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국정원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마약왕’ 전요환 목사(황정민)의 실존 인물인 마약상 조봉행을 검거하기 위해 ‘블롬메스테인’ 작전을 전개했다. 동아일보는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관련 인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작전을 재구성했다.

1995년, 조봉행은 수리남 국적을 취득했다. 건설업에 실패하고 10억 원대 사기 혐의까지 받자 수리남으로 도주한 그는 현지에서 시작한 생선 가공업이 신통치 않자 마약 유통으로 손을 뻗었다. 마약 사업은 이내 번창했다. 당시 남미 최대 마약 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손까지 잡았다.

2007년 중순 국정원은 조봉행이 국내로 현지 마약을 밀반입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한국인을 이용해 코카인을 유럽으로 밀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하지만 수리남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그를 검거할 방법이 없었다.

비밀 작전에 나선 국정원은 2008년 1월 수리남에서 조봉행으로 인해 사업에서 낭패를 본 K 씨에게 접근해 협조를 요청했다. 고심 끝에 승낙한 K 씨는 마약 유통에 관심 있는 사업가로 위장해 조봉행과 친분을 쌓았다. 이후 현지 마약상이 네덜란드로 코카인을 밀반입한다는 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해 중요 운반책 검거에 기여하는 등 K 씨는 이 비밀 작전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 ‘수리남’에는 전요환 측이 강인구(하정우)에게 안대를 두른 뒤 극도의 보안 속에 1.2t 분량의 코카인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역시 K 씨가 겪은 실제 상황이다.

2008년 하순. 국정원은 K 씨를 활용한 위장 마약 거래를 미끼로 조봉행을 미국령인 하와이, 괌이나 한국 등으로 유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조봉행이 수리남 밖으로 나오길 꺼려 공작은 난항을 겪었다. 다행히 2009년 7월 브라질 벨렝이 대안으로 제시되며 작전에 속도가 붙었다.

검거 순간은 드라마보다 더 긴박했다. 사업가로 위장한 국정원 요원과 K 씨는 2009년 7월 23일 오후 5시 최종 접선지로 결정된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조봉행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브라질 인터폴은 현장 철수를 결정했다. 요원과 K 씨는 약속 시간이 미뤄진 척 기지를 발휘해 인터폴 철수를 지연시켰고, 2시간 뒤 조봉행과 마약 조직원 2명이 나타나자 급습해 모두 검거했다. 2011년 5월 국내로 송환된 조봉행은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 도중 2016년 4월 고혈압 등 지병으로 숨졌다.

블롬메스테인 공작이 성공한 건 인내하고 희생한 K 씨와 해외 요원들의 공이 크다. 다만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수행하는 요원들에 대한 국내 법률적 배려나 보호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일각에선 “해외 정보활동을 벌이다 불가피하게 현행법을 저촉할 경우 이를 감경해주는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45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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